재생지 박스에 붙는 ECF·Acid Free·Selected Secondary Fibers 표시, 인증마크일까? | IF'n
최종 수정일: 10월 1일
재생지 패키지에는 ECF Guaranteed, Acid Free, Selected Secondary Fibers 같은 영문 표시가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환경 인증마크처럼 보이지만, 세 표시는 성격이 서로 다릅니다. 표시마다 무엇을 말해주는지, 어디까지가 근거인지 정리했습니다.
먼저 결론: 세 표시 모두 FSC·EU Ecolabel 같은 제3자 인증은 아닙니다
FSC, PEFC, EU Ecolabel처럼 등록번호를 발급하는 제3자 인증과 달리, 이 세 표시는 각각 공정 사실, 국제 기술규격 준거, 자기선언이라는 서로 다른 근거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인증마크"보다 "표시"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합니다.
Elemental Chlorine Free (ECF) Guaranteed — 표백 공정 표시
펄프를 표백할 때 염소 가스(Cl₂)를 쓰지 않고 이산화염소(ClO₂) 같은 비원소염소계 표백제를 썼다는 공정 표시입니다. 염소 가스 표백에서 생길 수 있는 다이옥신·퓨란 같은 유기염소화합물(AOX) 부산물을 줄이기 위한 방식이며, 미국(AF&PA)과 유럽(CEPI) 제지업계에서 널리 쓰는 산업 용어입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염소 관련 표시를 심사하는 대표적 민간기구인 염소 프리 제품 협회(Chlorine Free Products Association, CFPA)는 TCF(Totally Chlorine Free)와 PCF(Processed Chlorine Free)만 인증하고, ECF는 인증 범위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ECF Guaranteed는 외부 기관이 발급한 인증이 아니라 제지사가 자사의 표백 공정 사실을 근거로 스스로 보증하는 표시로 읽어야 합니다.
Acid Free — 무산성 종이 표시
종이가 중성 이상(알칼리성)이고, 산성 사이징(로진·황산알루미늄계) 대신 탄산칼슘 같은 알칼리성 충전제로 만들어졌다는 표시입니다. 산성 종이는 시간이 지나며 셀룰로오스가 가수분해되어 누래지고 부스러지는 반면, 무산성 종이는 열화가 훨씬 느려서 오래 보존해야 하는 인쇄물과 포장재에 요구됩니다.
이 속성을 규정하는 국제 기술표준은 ISO 9706(문서용 종이의 영구 보존성 요건)과 미국의 ANSI/NISO Z39.48입니다. pH, 알칼리 예비도, 인열강도, 카파값 같은 요건을 정합니다. 두 표준의 공식 심벌은 원 안에 무한대(∞) 기호입니다. 나뭇잎 모양 도안은 공식 ISO/ANSI 심벌이 아니라 제지 제조사가 같은 속성을 알리려고 자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서 표시의 사실성은 pH 시험성적서(예: TAPPI T509 냉침출법)의 실측값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Selected Secondary Fibers — 회수 섬유 사용 표시
원료로 새 펄프(버진 펄프)가 아니라 회수된 폐지에서 뽑아 선별한 재생 섬유(2차 섬유)를 썼다는 표시입니다. 삼각형 화살표 모양의 뫼비우스 루프는 특정 기관이 라이선스를 관리하는 상표가 아니라, 1970년 디자인 공모전에서 만들어진 뒤 세계적으로 자유롭게 쓰이는 일반 재활용 기호입니다.
유럽에서는 회수 폐지를 EN 643(유럽 표준 회수 폐지 등급 목록)에 따라 등급별로 분류하고, "Selected"는 이렇게 등급별로 선별한 원료를 썼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재활용 함량 표시는 ISO 14021이 정한 자기선언형 환경성 표시(Type II 환경라벨)에 속합니다. FSC Recycled나 EU Ecolabel처럼 제3자가 개별 번호를 발급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한눈에 비교
ECF Guaranteed — 성격: 표백 공정 표시(제지사 자기 보증) / 뒷받침 자료: 표백 공정 확인서
Acid Free — 성격: 국제 규격 준거 표시 / 뒷받침 자료: ISO 9706, ANSI/NISO Z39.48, pH 시험성적서
Selected Secondary Fibers — 성격: 자기선언형 환경 표시(ISO 14021) / 뒷받침 자료: 재생원료 수급자료, EN 643 등급 체계
패키지에 표시를 쓸 때 챙길 것
표시를 쓰려면 각 표시를 뒷받침하는 1차 자료를 보관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ECF는 표백 공정 확인서, Acid Free는 pH 시험성적서, 재생 섬유는 재생원료 수급자료입니다. 표시의 근거를 요청받았을 때 바로 제시할 수 있고, 고객에게 설명할 때도 "인증"이 아니라 각 표시의 성격 그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표시 문구를 실제 제품에 쓸 때의 표시·광고 기준은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확인해 주세요.
출처
1. ISO 9706:1994 — Information and documentation, Paper for documents, Requirements for permanence
2. ANSI/NISO Z39.48-1992 (R2002) — Permanence of Paper for Publications and Documents
3. ISO 14021:2016 — Environmental labels and declarations, Self-declared environmental claims
4. Chlorine Free Products Association (CFPA) — 공식 홈페이지
5. CEPI (Confederation of European Paper Industries) — EN 643 안내
6. DIN EN 643:2014 — Paper and board, European list of standard grades of recovered paper and board
IF'n(이프엔)은 서울 성수동의 패키지 디자인·제조 회사입니다. 기본 수량은 1,500개부터이며, 소량은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에 따라 차등 적용합니다. 견적·제작 문의는 제작 문의 페이지에 남기거나 answer@if-n.co로 보내주세요.


댓글